본문 바로가기
뉴질랜드 워홀

뉴질랜드 워홀 퇴사기 : 한 달간의 피자공장 근무 후기

by 피클북덕 2025. 9. 12.

7월부터 9월까지 Casual Worker로 근무한 피자공장을 퇴사했다. 뉴질랜드에서 Pak'n Save, Woolworth, New World 등 마트를 가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지나쳤을 로컬 피자 브랜드였다. 근무환경 깔끔하냐고? 음...가끔 스마트폰을 갖고 들어오는 몇몇 사모안 마오리들을 제외하면 깔끔한 편이다. 장갑도 자주자주 갈고. 근데 한국과는 다르게 마스크는 안씌운다(!). 그리고 어디 러시아 공장처럼 우프스피커로 크게 노동요를 틀면서 일하는데 그게 다 사모안 마오리노래라서 알아듣진 못한다(가끔 미국팝이나 2NE1, 싸이 등등의 2010년대 K-POP도 틂). 개인적으로 한국 식품공장들이 전반적으로 더 위생 신경쓰는 느낌이다. 
 
한 4년여 전 쯤 공장 알바 후기를 올렸었는데, 이거의 외국 버전 연장선상이라고 보면 되려나. ▼
 
https://ficlbook.tistory.com/9

 

3일간의 공장 야간알바 후기(부제 : 일당에 속아 건강을 팔지 말자)

2021.02.16~02.18 3일간 식품공장 알바를 뛰었다. 정확히는 볶음밥 전문 공장이었다. 일급은 야간이라 120000원 조금 더 받았다. 물론 말해뭐해겠지만 몸은 당연히 뽀사질 것 같다. 7pm-6am 야간이었는데

ficlbook.tistory.com

 
한국 피자공장은 어떨 지 모르겠지만, 캐주얼 워커(명부에 등록해 두고 On-call로 부르는 일용직 느낌)로서 하는 일은 크게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참고로 도우팀/토핑팀 중 나는 토핑팀이었다.

그 토핑팀에서도 업무가 꽤 세분화돼있는데, 주로 직접적인 피자 생산과 패킹(포장)으로 나눌 수 있다.
 

<피자 생산>

1. 피자 도우 컨베이어에 밀어넣기
2. 돌아가는 컨베이어 위 피자에 토핑 뿌리기
3. 피자 불량품 검수 및 보수해 재포장
4. 원판 플라스틱 포장재에 피자 밀어넣기
<피자 패킹>

5. 포장되어 운반되는 피자 겹겹이 팔레트에 쌓아올리기 + 냉동고에 팔레트 stack 운반
6. 냉동된 미니피자 박스포장 + stacking + 운반

 
 
하나씩 톺아보면,

 
1. 피자 도우 컨베이어에 밀어넣기
-> 미리 냉동해 둔 피자 도우 stack을 운반해서 먼저 세팅을 한다. 그리고 피자 도우를 거기서 다 꺼내서, 옆에 쌓아두고 센서 버튼을 치며 하나씩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놓는다. 센서를 치는 이유는, 그걸 치고 지나가야 그 다음에 있는 소스 기계에서 인식하고 자동적인 소스 스프레딩이 되기 때문이다.
Gemini한테 그려달라 했더니 요따위로 나오긴 했는데...뭐 도우가 저 정도로 크진 않고, 한 손으로 잡힐 만한 사이즈이다. 빨간 버튼이 있는 센서쪽을 툭툭 치면서 컨베이어 위에 올려놓으면 된다. 매우 촘촘한 간격으로 올려놔야 한다.

마스크 안쓰는 거 고증 미쳤다..

 
2. 돌아가는 컨베이어 위 피자에 토핑 뿌리기
피자의 토핑은 꽤 다양하다. 여기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하와이안, 시카고미트피자 등등이 있는데 조금은 다른 측면이 있다. 어쨌든 그 각기 다른 피자 종류마다 살라미(이상하게 여긴 페퍼로니가 없었다), 생치즈(*칼들고 직접 잘라야한다), 불고기 등등을 바삐 올린다. 개인적으로 크랜베리피자에 올라가는 생치즈를 가장 기피했다. 식당에서 쓰는 나이프같은거 들고 미친듯이 잘라야 했다. 그나마 뜨거운 물을 묻히면 잘 잘렸지만, 그마저도 작업하면서 금방 식었기 때문에... 웬만큼 숙련된 사람 아니고는 힘들었다. 생각보다 100% 자동화된 건 비닐패킹 정도고, 소스도 가끔은 사람이 직접 뿌리는 경우가 있었다. 피자 종류에 따라.

냉동 살라미 진짜 안떼진다...

 
3. 피자 불량품 검수 및 보수해 재포장
그냥 개인적으로 이게 제일 몸이 편했던 것 같다... 초반에 촘촘한 간격으로 도우를 놓았던 만큼 완성되어 포장된 피자도 촘촘하게 쏟아져 나오는데, 이걸 쌓는 사람은 지옥이고, 종종 발견되는 제조/포장 불량품(햄이 6개여야하는데 5개라던지, 포장이 좀 잘못됐다던지)을 검수해 다시 포장을 찢고 재료를 보충하던가 하는 작업이다.
보통 이런 비닐포장 모양의 피자 상품 생산을 위해 발생한다.

이런거 많이 아시죠?
불량 의외로 많음

 
4. 원판 플라스틱 포장재에 피자 밀어넣기
한국에선 자주 보이지 않는 냉동피자 포장 스타일인데, 소비자가 보관 및 휴대가 용이하게 플라스틱 원판으로 포장하는 방식이다. 이게 소비자 입장에선 편한데 제조하는 입장에선 딥빡이다.. 피자 원판에 끼워넣기 꽤 힘들다. 토핑도 튀면 안되고, 소스도 묻으면 안되고. 그 와중에 컨베이어는 미친듯이 돌아가고.. 또 그 와중에 눈으로 불량 검수도 빨리빨리 해야해서 초반엔 작업할 때마다 한국욕 ㅅㅂㅅㅂ을 달면서 했던 것 같다. 한국인이 나밖에 없어서 다행이었다..

외국피자에서 흔히 보이는 포장 방식. 실제로도 슈퍼에서 낱개로 하나씩 판다.
실제로는 컨베이어 자체가 그냥 포장재였고, 기계 안에서 잘리는 방식이었다

 
한편, 피자 패킹 파트에서는
 
5. 포장되어 운반되는 피자 겹겹이 팔레트에 쌓아올리기 + 냉동고에 팔레트 stack 운반
이 메인이었다.

오뚜기피자같은 것들을 사 본 사람은 알겠지만, 보통 냉동피자 4-5개가 한꺼번에 들어가있다. 이것도 그런 식으로 급속냉동이 필요하기에, 갓 비닐포장되어 나온 완제품 피자를 사람이 수작업으로 갯수를 세서 쌓아 팔레트에 올리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내가 근무하던 공장의 경우 도우가 얇은 Thin Pizza같은 경우는 5개, 두꺼운 일반 피자의 경우는 4개씩 쌓아서 올려야했다. 가끔 쌓아올리다 포장이 터지기도 했기에 너무 막 던져도 안됐다.
 
그렇게 한 팔레트 당 16개(4개씩 쌓아서 4면), 총 12층을 쌓아올렸다. 170cm에 달하는, 내 키보다 큰 팔레트 스택을 부지런히 쌓아서 옮겨놓고, 피자 한 종류(평균 생산량 2,000개 정도였다)가 끝나면 그 스택들 역시 Blast Freezer(급속냉동고)에 옮겨야했다. 가끔 팔레트가 부실하게 쌓여 있으면 기우뚱하기도 하는데, 정말 위험했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최소 발가락은 부러졌을 것 같다;;

대충 이렇게 컨베이어 앞에 서서 일하는데 엄청 빽빽한 간격으로 피자가 나온다. QC체크와 스태킹까지 바빠 미침

 
* 여성의 경우 월경 기간엔 이 작업이 진짜 힘들 것 같다. 나도 실제로 월경기간엔 이 작업 때문에 못나간다고 말하려다 말았다. 아, 물론 공장 바이 공장, 사람 바이 사람이다.

 
6. 냉동된 미니피자 박스포장 + stacking + 운반
학창시절에 먹었던 문구점산 미니피자같이, 이 공장은 미니피자도 생산하는 곳이었다. 재료는 대체로 일반 피자와 동일했다. 나는 미니 라인이 아니었지만 가끔 냉동이 완료된 미니피자의 박스 포장을 도왔다. 이쪽 역시 포장불량을 확인해야 했고, 가끔 유통기한이 안찍힌 경우엔 그것 역시 바코드총으로 포장 위에 스티커를 찍어야했다. 그렇게 24개씩 한 박스에 넣는 게 일이었다.
 
박스는 나무 판자 팔레트 위에 겹겹이 쌓였다. 뭐, 공장마다 규칙이 있겠지만 여기의 경우 6 x 4였다. 그렇게 해서 지게 손수레까지 운전해서(!) 역시 공장 뒷편에 위치한 Blast Freezer로 운반해 놓는 게 일이었다. 살면서 지게 손수레 처음 써봤다. hand cart lift라고 치니까 나오던데 한국어로는 뭐라하는지 모르겠다.

우측 미니피자 박스가 혼자 떠있는 것 같지만 기분탓이다^^
지게 손수레

이 손수레 사용법을 알려주자면, 저 두 개 다리를 팔레트 2개 층 사이에 찔러 넣고, 작은 (나뭇가지같이 생긴)손잡이를 내린 다음, 핸들을 열심히 아래로 수차례 내려주면 된다(펌핑하듯이). 그러면 팔레트가 자동으로 들린다. 냉동고에 열심히 운전해가서 팔레트를 하차시키려면 나뭇가지 손잡이를 올리면 된다.

 
 

그럼 왜 때려침?

 
이건 그냥 사담이긴 한데, 어쨌든 고소득 직장은 아닌만큼 백인 키위보단 Maori와 돈벌러 온 Samoan들이 절대다수였는데(백인들은 주로 사무직이나 관리자였다), 3040대로 내 나이의 1.5배정도 되는 사람들의 직장 내 괴롭힘이 약간 있었고, 그냥 그게 너무 하찮았다. 진짜 나이먹고 뭐하는짓임 한국에서도 사회경험이 길지 않게 몇 번 있었지만,  역시 인간들을 괴롭히는 건 정말 uneducated/low-self esteem한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다.
 
키위 지인 : 나도 키위 농장에서 학생때 알바했는데 30살 먹은 Samoan이 숙소에서 내 베개 뺏어가고, 동료 중국인 돈 훔침; 

매뉴얼도 없어서 그냥 그때그때 배우는 식이었다. 근데 그게 또 종류별로 룰이 굉장히 많아서 흐름을 오로지 '나 혼자' 익혀야 했던 것에 대한 스트레스랄까. 같이 일했던 Casual Worker들도 '여긴 일 제대로 잘 안 가르쳐준다'는 불평을 꽤 많이 했었다.
 
심지어는 Casual worker라 On-call 방식인데, 에이전시도 계약서 쓸 땐 주에 30-40시간정도 될거야 -> 실제는 일주일 평균 20시간 정도로, 난 플랫 주세 내고 생활비 충당도 빠듯한 지경이어서, 이런 조건들 다 고려할 때 빠르게 때려치고 그냥 쉬면서 다른 직장이나 찾는 게 정신 건강이나 장기적 금전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

아무튼 21번의 근무(2달동안 Casual worker 명부에 있었는데 21번밖에 출근을 안했으니, 근무변동성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다)를 끝으로, 이 직장에서는 도비를 했다.

 
후련하다. 당장 금전적으로 좀 여유가 덜하긴 하지만, 뭐 안되면 키위 농장이라도 알아서 가겠지..라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CV를 넣고, 면접을 보는 워홀러였다.

워홀은 정말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더 개고생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생각보다 꽤 큰 각오를 필요로 했구나, 새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