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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걷는 길

3일간의 공장 야간알바 후기(부제 : 일당에 속아 건강을 팔지 말자)

by 피클북덕 2021. 2. 20.

 

2021.02.16~02.18 3일간 식품공장 알바를 뛰었다. 정확히는 볶음밥 전문 공장이었다.

 

일급은 야간이라 120000원 조금 더 받았다.

 

물론 말해뭐해겠지만 몸은 당연히 뽀사질 것 같다. 7pm-6am 야간이었는데 진짜 야간은 할 게 못 된다.

 

3일간 제일 젊어보인다는 이유로 자주 끌려감 알바치고는 꽤 다양한 일들을 했는데,

 

혹시나 이런 비슷한 류의 식품 제조/포장알바를 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몇 가지 했던 일을 적어본다.

 

1.계량

난이도 : ☠☠

-포장지에 적혀 있는 그램 수만큼 일정한 오차범위 내로 용기에 담는 과정이다. 

삽으로 퍼서 담는 사람&저울에 올려 계량하는 사람의 2인 1조로 구성된다(알바가 많이 없을 경우 혼자 하기도 함)

내가 일했던 곳의 경우는 볶음밥 종류만큼 그램 수도 조금씩 달라서 종류가 바뀔 때마다 재차 물어 확인해야 했다.

그리 많은 근육을 쓰지 않는 단순 반복작업이라 의외로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다리근육+손목이 영 성치 않게 된다는 건 감안해야 한다. 이게 메인 작업이고 제일 꿀이었다. 후술하겠지만 계량 후 비닐포장 과정에 의해 쉴 시간이 존재했기 때문.

아 근데 한 포대 끝날 때마다 다른 포대를 계속 위로 올려서 반복 작업해야 하는데, 이 포대가 정말 무거워서 일반적으로 여자 혼자서는 못 든다. 아주머니들도 못 드시니까 만약 혼자 일할 경우 꼭 옆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둘이 들어도 허리 정말 아프다.(알바 내내 몇십 번씩 해야 한다...)

 

2.종이커버 씌우기

난이도 :

-보통 포장은 남자들이 담당한다. 박스에 차곡차곡 담고, 테이프 붙이고, 박스들을 옮기는 과정이 힘이 부치기 때문.

그런데 나는 첫 날 이걸 해봤다. 남자 인원이 부족했던 것 같다(식품공장은 알바/정직원 가릴 것 없이 아주머니들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다. 여기 말고도 가 본 다른 곳도 그랬다)

다행히 적재까진 안하고 컨베이어에서 나오는 비닐 부착된 완제품들에 종이커버를 씌우는 일을 했다.

 

출처 : 마켓컬리 사이트

 

저 상단의 네모난 볶음밥 종이 커버를 생각하면 된다.

컨바컨이겠지만 이것도 꿀이었던 게, 기계에 비닐을 넣는 포장의 경우 중간중간 한 번씩 멈추기 떄문에 틈틈이 쉴 시간이 있었다.

 

3.볶음밥 비닐포장 수작업

난이도 :

-이게 제일 헬 오브 헬이다. 미친 것 같다.

컨베이어에 1차 비닐포장된 볶음밥들이 나오면, 이걸 2차 외포장 비닐에 정해진 갯수대로 담는 작업이다.

 

 

출처 : 이마트 쇼핑몰

 

이런 큰 포장지에 볶음밥을 담는 거다.

이 과정 하나에만 알바 10명 정도가 달려들어도 컨베이어 속도>>>알바 포장 속도라 정말 힘들다. 쉴 새 없이 담고 던지고X1~2시간 정도 해야 한 종류의 볶음밥이 끝난다. 모두가 미친듯이 일해도 관리자는 여기 놀러왔냐고 갈구는 게 포인트.

손목이나 손가락 나가는 건 기본 옵션이다. 그리고 장갑끼면 둔해진다고 안 끼는 경우도 있는데(처음에 내가 그랬다) 꼭 끼는걸 추천한다. 손까지 다칠 수 있다. 

진짜 눈 돌아가게 바쁘니까 이 작업에 투입될 시에는 그냥 해탈하는 마음으로 가야 한다. 시간은 빨리 가서 좋다.

+좀 더 느린 컨베이어에서 담는 것도 했었는데 그것도 뭐 손목 나가고 힘든 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정신은 챙길 수 있는 편.

 

4. 불량품 재작업

난이도 :

-이 재작업이란 말은 포장 뜯기+재계량을 모두 포함한다.

둘 다 해봤는데, 큼직한 새우같은 포인트 고명이 있는 경우 그것과 볶음밥을 분리해서 담아줘야 한다.

그냥 가위로 비닐 가르거나, 갈라진 비닐 뜯어서 붓거나 둘 중 하나의 파트를 맡는다. 매우 쉽다.

참고로 냉동새우 미끌거려서 정말 잘 날라간다. 나도 몇 개 날려먹었다.

 

5. 청소

난이도 :

-계량+포대가 터지는 등의 예기치 못한 사고+컨베이어 사고(갑자기 용기가 뒤집어지는 등) 등 여러 변수에 의해 볶음밥 알갱이들은 잘 날라다닌다. 물론 기름에 볶은 거라 조금 미끄럽다. 그래서 쉬러 가기 전/볶음밥 한 종류의 작업이 끝났을 때/너무 더러울 때 등 중간중간 청소를 해야 한다. 작업대 위 밥알이나 건더기도 훑어내고,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쓸기도 해야 한다. 근데 다들 쓸기 싫어서 서로 눈치보며 걸레질만 하는 게 킬포. 그래도 누군간 해야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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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아까도 언급했지만, 아주머니들이 정말 많으셨다. 예전에 직장 다니다가 출산+육아로 경력 단절되시고 오는 케이스가 참 많은 것 같다. 휴게실에서 아주머니들 대화를 들을 때나, 내가 직접 얘기할 때나...케이스가 비슷비슷했다. 나보고는 대학생이면 공부나 하라고, 직장 잘 잡으라고. 40대 때 몸 쓰는 이런 일 하지 말라고 말씀하셔서 참 심란하고 찡하기도 했다. 경력 단절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사회 제도가 더 이상 출산율 그래프의 우하향 나락을 막을 수 있고, 출산 이후의 직업적 안정성에 대해서도 보장을 잘 해줄 수 있게 변화됐으면 한다. 이건 미래에 결혼/출산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내 문제이기도 하니까. 남녀 모두 강제 육아휴직 시켜버리면 결혼조차도 더욱 안하게 되려나.

생물학적 체력 피크찍는 나잇대인 나도 3일 일하고 몸에 뭐가 왔는데 여기서 몇 달, 몇 년을 일하신 아주머니들 건강이 참 걱정되기도 했다. 결국 경제적인 문제가 더 시급하니까 일을 하시는 거겠지만. 밤낮 바뀌는 건 참 적응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삶의 여유조차도 앗아가는 것 같다. 계속 집에선 잠만 자고 꾸역꾸역 출근하게 된다. 그래서 더더욱 체력 약하거나 잠이 많으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하루정도야 괜찮긴 하겠지만, 그거 회복하는 데도 며칠 걸릴거고 연속 근무는 정말 죽음이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았다. 대부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쪽의 동남아시아 출신들이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고국도 자유롭게 못 가고 여기서 일만 하게 된 그들에게도 위로를 전하고 싶다. 남녀 할 것 없이 고된 노동을 하러 타국에 오는 것은 개도국 국민의 반(半) 숙명적 선택지가 된 것 같은 현실.

돈만 바짝 벌려는 의도로 갔지만 생각보다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 준 경험이었다.

 

아, 공장하면 텃세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도 참 공바공이고, 사바사이다. 내 경우 고정알바 아주머니들이 잘 대해주신 편이었다. 커피나 간식도 주셔서 참 감사했었다.

 

마지막은 감사함을 담아, 친절하셨던 고정알바 아주머니의 과자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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