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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걷는 길

쿠알라룸푸르 내 비추천 여행지/치안/현지인 종합의견/Chow Kit Market(초우킷 시장)/말레이시아 안전한 여행지

by 피클북덕 2023. 2. 28.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꽤 치안이 좋은 국가로 유명하다. 그리하여 여자 혼자 간 여행 후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지역 바이 지역, (지역 내에서도) 장소 바이 장소이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쿠알라룸푸르 내 치안이 좋지 않았던, Chow kit(초우킷)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그리고 현지인 분들에게 추천받은 안전 여행지도.

*여자 혼자 여행 기준이다. 여자여도 무리 지어 다니면 그나마 낫다고 들었다. 

초우킷은 쿠알라룸푸르 내 유명 복합 쇼핑몰인 Pavillion이 자리한, Bukit Bintang에서 4 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MRL(연두색) 지하철 기준이다. 난 예약해 둔 호텔이 여기 주변에 있어 방문하게 되었다.

내 호텔 근처엔 이렇게 초우킷 (야)시장이 있다. 

 

밤 11시 반에 호텔에서 찍은 초우킷 야시장
초우킷 시장 초입
시간은 오후 5시 정도였다
차나 오토바이가 꽤 많이 지나다닌다.
여기 시장 뿐만 아니라, 초우킷 곳곳에 Trading 관련된 건물들이 있다. 외국인(후술 참고)들이 많은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혼자 온 나를 보는 시선들은 가보지도 않은 인도를 실감하게 했다. 많은 '시선'들, "Hey,I love you!"는 애교인 수준의 캣콜링이 미친듯이 나에게 꽂혔다. 저작권 때문에 사진은 못올리지만, 구글에 인도 여자 여행이라 치면 나오는 무수한 시선들과 100%일치한다. 옷차림이 문제 아니었냐고?

당일 내 옷차림. 특정될 수 있는 소지품 모두 블러처리.

 

이게 당일 내 옷차림이다. 한국에선 슈퍼 갈 때나 쓰려고 산 옷을 입고 나갔는데도 그렇다.(물론 범죄의 근원이 옷차림은 절대 아니지만)

 

 
 

As they haven't seen any ladies.
여자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처럼.


- 내 초우킷시장 경험을 들은 그랩 기사가 동의하며 한 말. 나에게 경고를 했다. 그냥 무조건 내 호텔 주변에서는 그랩 타고 움직이고, 도착하자 마자 바로 들어가라고. 무리 지어 다니면 모를까, 여자 혼자는 위험하다고.


이들 대부분은 내가 생각한 말레이 사람보다 피부톤이 더 어두웠다. 인종차별적 의미가 아니라, 나중에 알고보니 실제로도 국적이 이들과 달랐다.

과일 파는 실내 시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역시 캣콜링과 시선들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끊이지 않았다. 과일 한 번 사 먹어볼까 하고 멈춰서니, 상인이 담배를 쥔 손으로 시식귤을 건네주었다. 가격은 1kg에 5링깃(약 1500원) 정도로 저렴했으나, 니코틴이 함유된 과일을 먹고 싶진 않아서.....다른 손님을 신경 쓰고 있는 사이 조용히 빠져나왔다.

옷을 파는 거리에서는 (오후 6시를 조금 넘긴 시각) 마감하고 있는 직원들이 보였다. 이들 모두 여자였으나 역시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어쨌든 그렇게 날이 저물어가고, 저녁은 먹어야해서 주변 식당에 하나 들어갔다. 구글 평점도 4.4로 꽤 괜찮은 곳이었다.

구글 맵상 실제 식당 평점. 소상공인이라(?) 생계에 영향을 줄 것 같아 이름은 블러처리.

 
 

오자마자 역시 식당 내 앉아있던 10여 명의 시선이 동시에 나를 향했다.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 식당이었는데, 식당 주인과 부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물론, 그들의 아이들까지 일제히 나를 빤히 쳐다봤다. 진짜 문자 그대로, 외계인 보듯이 봤다;;; 뭘 봐? 하는 눈빛으로 대응해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내가 메뉴판을 보고 메뉴를 고민하며, 구글 번역기를 돌리는 순간까지도 그냥 계속 나를 보았다. 남자라면 덜했을까, 싶기도 했다. 이쯤 되니 이 근방이 점점 무서워졌다.

일단 내 옆 의자 밑에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는 것부터 입맛이 뚝 떨어졌지만, 또 나가긴 좀 그래서 그냥 meal을 찾는다고, beef나 chicken이나 뭐 다른 거 있는 거 없냐고 물어 겨우 주문할 수 있었다. 그들 대부분 영어에 능숙치 않아, 아마도 아들로 추정되는 젊은 사람이 나와 소통했다.
근데 알고보니? 뷔페식. 밥만 주인이 담아주었다. 

말만 뷔페고 사실 여러 요리들이 스뎅 사각 통 위에 올려져있고, 그 곳에서 내가 요릴 추가한 만큼 내는 방식이었다. 뭐가 있지 하고 시선을 돌리니, 카레 생선 요리에 파리가 앉아있었다. 그 옆 요리엔 정체불명의 미세한 벌레가 기어다녔다...'그래, 여긴 한국이 아니지'를 5번 정도 되뇌이며 소 요리와 감자 두 조각을 담았다.

앞서 말한 좋지 않은 상황들에 대한(;;;) 사진이 많이 없어서 아쉽다. 일단 내가 퍼 온 음식은 이거였다. 밥은 정량보다 30% 덜 받았다.

소고기, 감자, 밥. 감자는 하나 먹고 찍었다.


소 요린 무난했다. 뭔가 익숙한 맛이었다. 학생 때 급식으로 나왔던 돼지 사태 요리의 하위버전쯤? 식어있는 건 뭐 어쩔 수 없었다. 감자는 살짝 짠맛이 나는 요리였다. 이 역시 그렇게 많이 이국적이진 않았다.

이렇게 해서 값은 8링깃(약 2400원)이었다. 물도 돈이 들 것 같아 drink를 일체 거절하고 꾸역꾸역 먹고 있는데, 물 한 잔을 갖다 주셨다. 근데 물에서 비린맛이 났다. 먹는 동안에는 그 가족들이 담배를 펴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뭐...말레이시아에선 금연구역이 더 적다고 느꼈기에(식당도 마찬가지) 이건 어쩔 수가 없었다. 

밥을 먹고 주변 마트에 갔다. AJBEST라는 곳이었다. 

AJBEST
다이어리에 붙인 슈퍼마켓 테이프.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으며 이미 계산한 물건이라는 의미로 이걸 붙여준다.

동네에 있는 기업형 슈퍼 사이즈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3층까지 있다;;; 
그 곳에서 과자를 고르는 와중에도 눈이 마주쳤다. 도끼병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시선을 돌리는 족족 '눈이 거기에 있었다'.
계산하는 여자 직원이 나에게 물어봤다. 어디서 왔냐고.

그 주변에 있는 지하형 가게에도 위험한 눈빛들이 도사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인도풍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게에 (그놈의)과일 사려고 들어갔다가 3분만에 다시 나왔다. 뒤에서 나한테 뭐라뭐라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씹고 튀어나왔다. 길을 헤매서 계속 오후 7시까지 돌아다니다 겨우 호텔에 들어왔다. 하루에도 몇 번 있는 이슬람 기도 음악 소리가 시장에 퍼져나오는 순간, 울뛰(;;)했던 그 순간이 트라우마틱하게 남았다.

이 날은 내가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지 첫째날이라 정보 없이 버텨내기만 했다. 그리고 둘째날, 그랩 기사분과 ICC에서 혼밥하는 나에게 귀띔해 준 화교 종업원 2명의 말을 종합하니 그 공포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 이쯤 돼서 풀어보는 Why?다.

 

 

 

In Chow kit, there's many foreigners.   
초우깃엔 많은 외국인이 있다.

 

- 이들은 말레이인이니 이들 입장에서의 외국인은 당연히 그들에게 타국인이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위험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인도네시아인, 네팔인, 방글라데시인, 인도인, 스리랑카인이라고 한다(말레이시안보다 좀 더 어두웠던 피부색 얘기가 다시 여기와 연결된다). 이들은 이 곳에 모여 살며 장사나 캐셔, Trading(아까 사진 상 있었던 것과 같은 가게들이 꽤 있었다) 등의 일을 한다. 어찌 보면 현지인과 비슷한 업종도 많다. 3D에 주로 종사하는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와는 다르다. 하지만 범죄는 이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듯하다.   
화교 종업원분 피셜, 600만 명 정도의 외국인이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데, 이들이 많은 illegal한 범죄들을 일으킨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인종차별이나 국적차별의 의도는 없다. 문제가 있을 시 수정할 것임)  



In Chow Kit, one woman was lost, and we couldn't find her.
초우킷에서 여자 한 명이 사라졌는데, 그녀를 찾지 못했다.

 

- 말 그대로 실종됐는데 아직까지도 발견이 안 됐단 소리이다. 이 외에도 강간이나 장기매매같은 공포실화(;;;)도 존재한다고 했다. 치안이 역대급인 이유다. 그럼에도(?) 초우킷 시장은 밤 12시까지도 야시장처럼 운영을 한다.

이 곳의 구글 맵 평은 좋다. 리뷰를 대충 훝어보니, Wet market(생선, 과일같이 부패하기 쉬운 것들을 파는 시장)으로써 크고 가격이 저렴하기에 괜찮은 관광지라는 평들이 많았다. 사람들을 제외하고 시장 그 자체로만 봤을 때의 내 생각은, 그럼에도 더럽고 냄새난다 정도. 1kg에 5링깃정도 과일을 파는 곳은 다른 곳에도 있지 않을까 싶다. 쿠알라룸푸르를 벗어나면 물가는 상당히 싸진다고 한다.(그랩 기사 피셜 : Pavillion은 다른 지역의 5배이다)

정리해본다. 당신이 혼자 여행한다면(남자 혼자 여행도 그렇게 추천 안한다. 일단 여긴 서양인들이나 동양인들 모두 많지 않아, 피부톤이 그들보다 조금만 밝아도 튀어보인다), 여자라면, 조심할 필요가 있다. 사실 여자여도 서넛 이상 아니면 진짜 위험할 것 같으므로 굳이 여기를 추천하지 않는다. 여기 말고도 볼 곳 많다. 

그랩 기사와 화교 직원들 피셜 쿠알라룸푸르 내 안전한 곳은,

  • Changkat(부킷빈탕 주변에 있긴 하다)
  • Pudu 주변 --- 중국인이 많은 곳은 그나마 안전하다고 했다. 다만 이 조언자가 화교 출신 말레이시안임을 감안하여 판단하길.--나중에 다른 중국인 기사에게 물어보니 낮에만 안전하다고 했다. 방글라데시인 다수 거주
  • 잘란 알로
  • 파빌리온(Pavillion) 주변
  • ICC Plaza/ICC Mall --- 나도 혼밥했다. 화교 푸드코트 같은 느낌이라 괜찮았다.---Pudu 주변이니 알아서 감안
  • 천후궁(Tian Hu Temple), 기사분과 직원분들 동시추천
  • 부킷 빈탕(Bukit Bintang)

사실 잘란알로-파빌리온-부킷빈탕 다 한 동네이다. 그리고 쿠알라룸푸르 관광지 치면 안 빼먹고 등장하는 곳들이기도 하다.

 결론 = 크고, 관광객 많은 곳을 가자. 적어도 남들 가는 곳을.

나도 말레이시아 치안 평판을 믿고 왔음에도 현실과의 괴리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나마 혼자 다녀도 안전하다고 평판 좋은 말레이시아, 그것도 쿠알라룸푸르 내에서 이정도라니.
혼자 여행이고 안전함이 최우선이라면, 유명 관광지를 가는 걸 진심으로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아, 호텔도 제발 사람 많은 번화가 위주로 잡기 바란다. 학생 신분에 할인특가에 돌아버려 취소불가하게 결제한...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 여담  : 둘째날 Chow Kit 지하철역 가면서도 또또 안전치 못했다. 첫째날 길 헤매다 지나온 버스정류장에서도 무서웠는데;;;;;

++) 한글로 검색하면 나오지 않던 정보들이 영어로 구글링하니 많이 나왔다. 초우킷은 거의 전통적인 홍등가이자 마약 중독자, 노숙자들이 많이 사는 빈곤한 지역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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