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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워홀

뉴질랜드 워홀 정체기 : 인력 알선업체(Agency)와의 기싸움

by 피클북덕 2025. 8. 12.

뉴질랜드에 온 지 2달이 다 돼가는 시점이자 일자리를 잡은지 도 어언 1달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겨울에 온걸 많이 후회하는 편이다. 비행기값 20만원 싸다고 냅다 끊은 내잘못
추후 뉴질랜드 워홀을 계획 중인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8월 말 정도에 입국하길 추천한다. 여윳돈을 넉넉히 들고 온 게 아니라면 봄이 올 때까지 돈과 시간 모두 날릴테니..(돈 아끼느라 일 없는 날엔 집에서 나가질 못함)
 
아무튼, 오늘 글의 요는 현지 인력알선업체인 에이전시에 대한 얘기다. 나 역시 현재의 공장잡을 에이전시가 올린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근로계약서 서명도 에이전시에 직접 가서 했으며, 월급도 에이전시를 통해 받는다. 
 

에이전시란 무엇일까?

 
 
주로 Casual(비 상용근로) 일자리 쪽에서 많이 보이며, 공사장 쪽 General labor나 Carpenter(목수), Plumber(배관공) 등등 소위 '그 때 그 때'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인력을 충원하는 역할을 맡는 인력중개업소라고 보면 된다. 
 

 
뭐 대충 이렇게 생긴 로고들을 Trade me나 Seek 같은 곳에서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곳들이 agency이다.
 
Agency의 장점은....사실 아직까진 잘 모르겠다.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루트라는 포지션 정도로만 생각된다. 여기를 통해서 일을 더 쉽게 구할 수 있다!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다만 후술할 단점들은 꽤 명확하다. 크게 4가지 정도로 추릴 수 있는데,
 

1. 내 주급을 일부 떼어감
2. 말을 잘 바꿈
3. 내가 노동을 제공하는 회사와 직접적인 소통이 힘듦
4. 얘네가 갑임

 
라고 할 수 있겠다.

하나씩 살펴보자.
 


1. 내 주급을 일부 떼어감

 
내 경우에는 Payslip에 이들이 얼만큼을 떼어 가는지가 명확히 나와있지 않다. 계약서를 확인하면 알 텐데, 전자서명 방식이라 지금 expired되어 재확인이 불가한 상황이다. 미리 다운을 했어야 했는데..
키위 지인이 일을 했을 당시, 예로 시급이 $25면 $5만큼을 에이전시가 수수료 명목으로 공제해 갔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기존 시급 - 어마어마한 뉴질랜드 세금 - 에이전시 수수료 = Net Pay가 될 확률이 높다. 난 주에 30시간 이쪽저쪽 일하는데도 세금이 15%인 걸 감안하면... 에이전시 수수료에 대한 부담은 작지 않을 것이다.

2. 말을 잘 바꿈

 
개인적으로 가장 피부에 와닿게 화가 났던 부분이었다. 내 Casual Working의 경우, <공장 - 에이전시 - 나>로 연결되어, 공장 스케줄에 맞게 에이전시가 스케줄 별 모자른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처음 일한 지 2주 정도 됐을 때까진 그냥 일주일 치 스케줄을 금요일에 한 번에 메일로 고지하고, 딱히 그게 주중에 수정되진 않았다. 그래서 내 개인 스케줄을 짜기에도 꽤 수월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 이러한 메일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내 공장 담당 에이전시 직원에게 받은 메일

 
 
근로 하루 전에 말을 바꾸는 식의 메일들이 점차 많아졌다. 예를 들어, 분명 월화수목 근무였고, 화요일까지 근무를 마친 후 저녁을 먹고 있는데 '내일 수요일은 근무 없음'이라는 식으로 하루 전 일정을 바꾸는 식이다. 이러한 급작스러운 스케줄 변경이 거의 매 주마다 반복됐다. 매 주, 심지어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주에 30-40시간 정도 일하게 될 것이라는 계약서 서명 당시에 들었던 '말'(<이게 문제임)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래서 참다참다 빡친 나는 회신했다.

내 회신 : 왜 계약할 때 말이랑 다름? 그 시간을 대체할 다른 일자리라도 있으면 주면 고맙고.

 

계약서엔 그딴 말 없음. 그리고 스케줄 왔다리갔다리 하는 것도 내 책임 아님.

 
그럼 그런 말 자체를 하질 말던가; 싶었지만.. 쨌든 나는 여기서 이 일자리라도 없으면 진짜 귀국해야되나 싶은 상황이었으므로 당장 때려친다고 하진 못했다. 대신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며 다른 곳에도 매일같이 CV를 넣는 식으로 화를 다스렸다. 스케줄이 이렇게 당장 하루 전에도 가변적이어 나는 근교 소도시로 놀러갈 계획을 짜기에도, 친구들과 약속을 잡기에도 애매한 처지에 놓였다.
그리고, 계약서 서명 당시엔 '근무 환경은 오븐이 주변에 있어서 따뜻할 것'이라고 했는데 구라였다. 아마 담당 직원이 내 근로 공간을 와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Blast Freezer(급속 냉동고)를 들락날락할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자주 있었다. 주급도 어떤 주는 잘못 계산해서 Payslip을 보냈길래 바로 회신해서 따진 후에야 제대로 된 정산금을 받을 수 있었다.

 


3. 내가 노동을 제공하는 회사와 직접적인 소통이 힘듦

 

한국에서도 공장 알바를 할 때 인력알선업체를 이용하긴 했는데, 월급을 그들이 주진 않았다. 고용계약서도 당연히 일하는 공장 내에서 작성했고, 통장에 입력된 송금명도 다 공장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선 Payslip도 에이전시가 준다(!).
 

노란색 박스 친 부분을 보면, Paid by NZ Recruit라 돼있다. 공장에서 직접 송금하는 금액이 아니다. 그리고 저 어마어마한 Tax Rate를 보라... $609 정도 주급을 받아야 맞지만, Tax가 $95이다. 이 15%에 달하는 세율은 '주에 30~40시간 일할 시 '를 가정하여 산정한 내 연봉을 기준으로 책정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나는 지금 저 정도의 시간보다 훨씬 적게 일하고 있다.

처음에 Tax 문제같은 것에 대해 잘 몰라서, 공장 사무직 직원에게 물어봤지만, "에이전시에게 물어봐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4. 얘네가 갑임

 
말 그대로이다. 한국처럼 단순히 중개 플랫폼 역할에 지나지 않고, 내 근로에 관한 전반적으로 에이전시가 갑이다. 이렇게 스케줄을 맘대로 바꾸는 것, 그리고 '너 내일 쉴 때 다른 일 할래? 우리 다른 포지션 내일 하루만 하는 당일근로 있어' 라는 문자를 줘놓고 지들 맘대로 또 취소하는 것들 모두. 돈이 급한 워홀러 시점에선 얘네가 걍 갑이다.
 
다른 사례로는 난 아침 6시부터 일하는 Morning Shift에 있는데, 한 번씩 오후 10시부터 일하는 Night Shift Casual Worker들이 들어온다. 그것도 들어왔다 사라진다.. 이유를 물어보니, '에이전시에서 맘대로 통보식으로 스케줄/담당 파트를 바꿨다'고 했다. 일하는 시간을, 그것도 정말 극과 극인 주야를 맘대로 바꾸는 건 정말 신체 리듬에도 최악일텐데 그런 점 역시 None of our business 식으로 일관한다.

아무튼 뉴질랜드에 이런저런 이유로 정착 예정인 사람들은, 내 경험을 적절히 고려하여 잡헌팅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이전시를 통한 잡은 물론 진짜 수입 기근일 땐 동앗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영원한 정착지가 될 수는 없다는 점.

 
일단 나 역시도 지금은 CV 고수레를 열심히 하는 중이고... 곧 9월이니 농장잡/호스피탈리티 잡이 겨울보단 많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일단 버티는 중이다. 겨울+남섬 조합은 진짜 최악인 것 같다... 남섬 최대 도시에 사는데도 정말 일자리가 많이 없다. 왜 워홀러들이 처음 뉴질랜드 입국하면 대도시인 오클랜드나 웰링턴으로 가는지 알 것 같은, 그런 잔인한 겨울을 보냈다.
 
그래도 '이 시기'에, '이 도시'로 왔어야만 만날 수 있었던 친구들도 있었기에, 결정을 미친듯이 후회하진 않는다. 좀 아쉽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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