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질랜드 워홀

뉴질랜드 워홀 수난기 : 한인잡 트라이얼과 현타

by 피클북덕 2025. 6. 24.

흔히 외국에 나가는 한국인들이 자주 듣는 당부가 있다.
 

한국인 조심해라

 
 
물론 나도 이 말을 철썩같이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굳이 한인잡을 하려 하진 않았던 것 같다. 아니, 사실 진짜진짜 안하려고 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뉴질랜드에 입국하기 전부터 현지 잡만 죽어라 찾아다녔으니.
 
하지만 뉴질랜드의 겨울은 잡마켓도 얼어붙게 했고, 단지 비행기가 조금 더 싸고 경쟁률이 덜한 비수기라 기회요인을 노리려 했던 나는 채용한파의 수렁에 빠진다.
 
그리하여..


코리아포스트에서 본 한 한인 일식 레스토랑의 waitress 포지션으로 Trial을 하게 된다. 한국어로 흔히 말하는 홀서빙 잡.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꼭 뭐가 뭔지 '찍먹'해봐야 아는 스타일인건가 싶다. 취업시장에서도 노예근성이 디폴트로 요구되는 한국인답게.. '일을 한다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되는 것이냐'는 말에 약간의 침묵+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진 한인 사장들의 표정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꾸 (면접때도 에둘러 거절했는데) 포지션 변경을 제안한다. 분명 이 포지션으로 >무급<트라이얼도 한 건데?
 
키위 지인에게 이 얘기를 해 줬더니,
 

I thought it is a standard question to have an employment contract.
(근로계약서 쓰냐는 질문은 기본 아님?)

 
 
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개빡친다
 
아, 물론 오늘 하루 2시간의 Trial(수습기간)동안 너무도 당연하게..최저시급 정도는 지불되어야 할 돈은 지불받지 못했다. 대신 메뉴판에서 먹고 싶은 걸 고르라고 했다. 물론 이 모든 '퉁치기'는 불법이다. 뉴질랜드 현행 노동법상 Trial 기간에도 최저시급 이상의 돈을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이게 법 사항에 걸릴까 일부러 주문만 몇 번 받게 하고, 치우는 거나 이런저런 걸 안하게 하던데.. 일종의 우회법이었을까. 그럼 도대체 뭘 보려고 Trial을 시키는 걸까. 차라리 돈을 정당하게 주고 일 시킬 걸 시키면서 내 performance를 보는 게 낫지 않나? 판단은 당연히 그 이후에 알아서 하면 되고.

코리아포스트에서 '우리도 타지에서 힘들다'는 식으로 노동착취 임금착취 합리화하는 일부 한인 사장들...제발 누구한테 신고당하든 뭐든 죗값 치렀으면


일을 가르쳐주던 사수격 알바는 "처음치고 잘하신다"는 평가를 해 줬고, 실제로도 크게 실수한 건 없었지만.. 어쨌든 트라이얼에 떨어진다면 저 질문이 굉장히 크리티컬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퇴근하며 다짐했다. 다시는 한인잡에 지원조차 하지 않겠노라고.. 굶어 죽기 직전이라도 걍 공장에서 일하고말지(*겨울엔 이마저도 쉽지 않지만) 한인잡엔 발도 들이지 않겠다고.
 
본 목적이었던 '사무행정 보조'와는 점점 워홀의 방향이 멀어져간다. 겨울에 살아 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뉴질랜드 비자 중에서도 제일 핫바리인 워홀 비자를 손에 쥔 나는,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도 안 그런척, 괜찮은 척 하며 버틴다. 아직도 마음은 영락없는 애 수준인데, 또 살아남으려고 이래저래 발버둥을 치는 오세아니아의 외국인 노동자였다. 



메뉴판에서 하나 골라 시킨 트라이얼 밀


 
글의 마지막은 내가 이 일로 잔잔바리 스트레스를 호소하자 키위 지인이 위로하듯 툭 건낸 말로 대신한다. 
 

Wishing you good luck! Everything will be ok in the en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