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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워홀

역마살에 이끌린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입성기 : 안녕, 크라이스트처치

by 피클북덕 2025. 6. 14.

우리는 살면서, 의도치 않은 변수로 신의 숨결을 마주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일종의 불가항력이랄까.

올해의 나에게 강풍같이 몰아친 신의 숨결은,

대학 때 그렇게 열심히 살았음에도 취업이 안되니 커리어를 쌓을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자

였다.

면접 가서 듣는 말은 대체로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았어요?"였고, 실무 수행 평가 면접에서도 면접관들이 감탄해봤자,  정작 면접 후 뒤통수에는 >>취준생이라면 다 아는 그 멘트<< 귀하의역량 어쩌구가 꽂혔다.


지방 공단은 여자라고 안뽑고, 원하던 산업군은 극남초라 역시 비슷한 기준이 암암리에 작용하였으며(실무면접 10명 중 2명만 여자라 그 둘을 묶어서 본 적도 있음. 물론 그 중 하나가 나였다. 혹은 최종면접 4명 중 혼자 성별이 다르거나), 나머지는 뭐... 대체로 진솔하게, 때론 그들이 원하는 답도 약간씩 섞어갔지만 나는 그들의 눈에 차지 않는 인재였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났고, 나는 조금씩 지쳐갔다. 공시나 공기업이면 할 공부가 있으니 3년 잡고 하기라도 하지, 맨날 자소서넣고 스펙쌓고 뭐라도 경험하려고 커리어 관련 투잡도 알아보면서 면접을 한 달에 한 번씩 보는데 다 떨어지면 보통 멘탈로 견디긴 힘든 듯하다. 인턴하면서도 밤에 공부를 하며 자격증을 따고, 반차 월차를 끼워 매 달마다 면접을 봤다. 걍 이정도면 나라 탓을 안할 수가 없지 않을까. 근데 문제는 이렇게 사는 게 나 혼자가 아니라는 현실..
근데 이래놓고 백수라면 또 사회는 무시를 하더라는


그 와중에 대학생 때 몸 갈아가며 멀티를 돌렸던 버릇을 못 고쳤던 나는 취준과 병행했던 정부 지원 청년 창업 2차심사에서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제대로 된 번아웃이 왔다.

템플스테이도 잠깐은 좋았지만...또다시 현실의 번뇌가 밀려왔다.

그렇게 마주한 5월의 권태로운 햇빛 속에서, 20대의 리미티드 에디션 찬스가 나를 향해 손흔들었다.

워킹홀리데이였다. 사실, 지금은 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하는데, '3개국어 스킬(특 : 다 애매함)을 기반으로 사무보조 커리어를 거기에서 쌓아보자'하는 막연함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올해 연운엔

오호라...


역마살이 있었다.

그래, 사주는 후행적 해설일 뿐이라는 편견을 뒤집어 보자. 걍 내가 선빵 치는거다.

역마살을 합리화의 지렛대로 삼아 5월 15일, 비자 티켓팅에 성공한다. 사실 성공이라 하기엔....코로나 이후 꽤 공석이 많다는 뉴질랜드 워홀이긴 하지만.

그렇게 반쯤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워홀을 '질렀다'.


그리고 인천->오클랜드(이 때 Domestic 터미널로 환승)->크라이스트처치까지 장장 11시간 반을 날았다. 살면서 나름 혼자 외국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도, 공항과 기내에서 펑펑 울었던 출국은 처음이었다. 그 와중에 짐가방은 5개라니.

기내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어바웃타임>을 보며 또 울고, 잠깐 기절하니 녹색 초원지대같은 오클랜드 공항이 내 발 아래 있었다.


하지만 금세 다시 국내선으로 갈아타 치치까지 가야했다


젯스타는 뭔 탑승 터미널을 2번이나 바꿔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 와중에 방황하며 낑낑거리는 내 짐을 들어준 친절한 뉴질랜드인들에게 너무 감사했다.

미리 예약해 둔 Super Shuttle을 타고, 숙소까지 향했다.

여기에서 나름의 꿀팁은,

미리 예약해 둔 시간보다 일찍 출발할 수 있다는 것

이었다.

내 경우, 위탁수화물이 2개라 Baggage claim에 소요될 시간을 계산하여 넉넉하게 잡았는데, 정작 그러니 1시간 10분 정도가 붕 떠버렸다.


혹시나 하고 모여있는 셔틀 아저씨들께 다가가 "내 예약 시간보다 일찍 탈 수 있냐"고 물으니, 가능하다 했다. 그래서 다른 중국인 가족들과 함께 탔다.

수화물을 일부러 추가금 내가며 추가했는데, 사람이 별로 없어 그냥 초과해도 다 실어주셨다. 그래도 혹여 붐빌 때를 대비해 수화물 갯수는 정확히 하여 결제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사분도 친절하시고....뉴질랜드의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

크라이스트처치 공항 앞에 있는 이 곳에서 타면 된다
맨 뒷자리에서 유유자적하게 갔다

 

숙소 주변 Riverside market.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실내 포장마차 느낌.
리버사이드 마켓 내
하지만 리버사이드 가격이 부담스러워, 인근 중식당에서 완탕수프를 먹었다.
이후 Fresh choice 마트에 가, 다음 날 숙소에서 먹을 간단한 샌드위치를 샀다.


번외 : 동아시아권과 다르게 머리집게를 하는 여성은 확실히 드문 듯하다. 셀프 계산을 시도하던 중, 옆에서 계산하던 남자가 "너 머리핀 맘에 든다. 귀여워"라고 해서 빵터졌다. 한국에선 다 이러고 다녀 몰랐으니..

Bus interchange 건물 내 information에서 신청 양식 채워서 내면 된다. 디자인 예쁨.

교통 카드도 만들었다. 기본 5달러(NZD) 정도를 내고, 거기에 추가 Top up 금액을 내는 방식이다. 난 30달러 정도를 했다. 앞으로 차를 살지 어쩔진 모르겠지만, 일단 집 보러 버스로 자주 이동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렇게 인포센터에서 탑업하면 즉시 된다. 아, 사이트(아래)에서 카드 등록 해야 사용 가능하니 주의할 것!
metroinfo.co.nz에서 card register 하고, 이후엔 자동 탑업도 할 수 있다. 돈 떨어질 때마다 10, 20달러씩 충전되게끔.

이렇게 역대급 해외판 Tough Day가 마무리되었다. 내일은 또 부리나케 집 보러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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