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는 경제 상황이 정말...안좋다. 한국보다도 경제 상황이 안좋은 선진국이라니. 일식집 Waitress 한 자리에 50명이 CV를 넣고, 내가 9번째 면접자인 게 현지 현실이다. 한국도 이 정도는 아닐 듯하다.
어제 본 TV 뉴스에서는, 뉴질랜드 금년 2분기 GDP가 -0.9%로 역성장(한국은 동기 0.7% 성장)했다고 한다. 한국 언론 역시 맨날 앓는 소리를 내지만 진짜 앓는 곳은 따로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한국 상황도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퇴사 후, 내가 사는 도시의 한 한인 중소기업(구글에 대충 쳐서 현지 기업 공시를 엿보니 16명인가...되었던 듯하다)의 Administration 포지션 면접을 보았다. 심지어는 밤에 졸려서 다른 기업에 넣은 메일을 그대로 RE:해서 넣었는데도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크라이스트 처치 소재의 건강기능식품(마누카 꿀 캔디 등) 만드는 회사였다.
한국에서도 구직 활동을 했었지만, 졸업 직후 잠깐의 번역 알바 자리를 제외하고는 중소기업 면접이 처음이었다. 1980년대에 창립되었지만, 40년 가까이 직원이 20명 미만인 한인 기업이라... 현지에서 이런저런 한인들을 겪어봤고(물론 좋은 분들도 있었다), 얼마나 그들이 비즈니스에 관련해선 동포 피를 빨아먹는지도 익히 들어왔었지만, 이렇게 난데없는 무례한 면접을 겪을 줄이야. 너무 황당해서 그냥 이젠 한인이 사장인 어딘가에 지원 자체를 안 할 계획이다. 예전 스시집 트라이얼 선에서 눈치챘어야 했는데
4:1 면접(회장, 이사, 공정팀장, HR 참석)이었고, 회장까지 참석했다. 의외로 회장님 인상은 꽤 좋았고, 그가 던지는 질문들 역시 (피면접자 입장에서) 합리적이고 건설적이었다. 문제는 HR이었다.
내가 사는 suburb에서 차로 한 20분~25분 걸리는 거리였는데, 난 초보운전이라 좀 더 걸린 것 같다고, 면접 전에 스몰톡을 했더니 "저도 그 근처에 사는데 멀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요?" 시전. 여기서부터 쎄했다.
혹시 물을 마실 수 있냐는 말에, "여기에선 수돗물 마시는 거 아시죠?"하며 수돗물을 따라 마시라고 한다. 뭐 수돗물은 그렇다 쳐도, 면접 질문이 정말 개판이었다.
보통은 이 회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는, 흔해 빠진 질문조차 없었다. 내 이전 경력(이라고 하기엔 미미하긴 함)이나 대학 관련 수상, 편입, 활동 정보들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이 나왔다. 직무가 전공과는 약간의 상이성이 있지만 괜찮은지 정도는 뭐, 당연히 가능하다며 넘겼다.
전반적인 문제점은
1. 인원수가 적은 만큼 체계가 정말 없고, 면접 과정에서도 그걸 느껴버림
- 문과 쪽 전공이지만 소재 공정 쪽으로 창업 준비를 한 적이 있고, 공장 알바도 해보았음을 언급했는데, 이사가 여기 공장일도 역시 할 수 있냐고 물음. 이미 HR이 조롱투로 면접 진행한 것에 빡쳐서, '그럼 (직무에 맞게)질문을 다르게 해 주시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 리셉션, 배송 및 invoice 관리, 홈페이지 관리, SNS 관리를 모두 떠맡긴다. 그럼에도 마케팅 직무가 아닌 administration으로 표기한다.
- (홈페이지나 SNS 관리 때문에) 포토샵을 할 수 있냐 물어서 GTQ 자격증이 있다고 했는데, GTQ가 뭔지도 몰랐다. 채용 조건에 맞는 사람을 선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증 숙지도 안 되어 있었다.
- 면접 오퍼레터에 보통 면접 전 NN분까지 도착해 주세요, 라던지 하는 기본적인 정보가 별로 없다. 면접관들 직위 등 정보를 사전에 알려주는 것은 뭐 바라지도 않았지만, 기본적인 정보조차도 뭐 써 있는 수준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에서처럼 30분 일찍 왔는데 왜 이렇게 일찍 왔냐는 식으로, 여기는 5분-10분 전에 와야 미리 준비해준다고(!) 했다. 아, HR이 1명이긴 했다..이 회사는.
2. HR이 HSK가 뭔지도 모른다
- 진짜 이건 너무 당황스러운 부분이었다. 중국어 자격증이 있어서 한 질문 같은데, 상황을 주고 회화를 시켰다. "기계를 발주했는데 중국 공장에서 매뉴얼이 오지 않았을 때, 어떻게 말할 지 중국어로 말해보라"고 해서, 어떻게 말하긴 했는데 그게 영어만큼 실력이 좋진 못했다(여기에서 영어랑 중국어 섞일까봐 영어만 공부중인 필자). 근데 "영어 발음을 들은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HR 혼자 보였다. 근데 그 질문 전, 중국어 수준을 묻는 질문에 HSK 급수로 대답했는데, 그 사람은 인사담당자이면서 HSK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HSK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조롱이나 하는 수준의 HR은 나도 처음이었다. 회장이 나중에 중국어를 더 공부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고, 거기에 대해선 당연히 긍정했다.
* 근데 그렇다고 이 HR이 공정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었다. 컨베이어 벨트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스스로도 눈과 귀를 의심했다. 그냥 이 HR은 아는 게 없어서 내가 뭘 말해도 나에게 다시 되물었다.
3. 중간중간 반말을 섞음
-이건 중소에서 급격히 중견으로 성장한 한국 내 모 체외 진단기기 회사에서도 느꼈었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짜치는 부분이다. 4050 남성들이 낮은 자존감으로 20대 여성 무시하고 맨스플레인에 꼰대질 하는 상황을 너무나도 많이 겪었지만, 그걸 면접에서까지 표출하면 너무 찌질해 보이지 않는가. 본인 기업 이미지는 어떻고.
개인적인 성취 관련 질문을 받고 두괄식으로 구술하는데, '상탄 거?'라는 식으로 그냥 묶어서 격하하거나, '그럼 그렇지' 식의 반응은 나이를 어떻게 먹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머리가 하얗게 세어도 인간의 격은 언행에 비례해 비추어진다.
4. 피면접자 전 직장 지속적 비하
- 인턴으로 근무했던 전 직장은 모 정부 부처였다. 그러자 "근무하면서 공무원들 성격 이상한 사람 많았죠?"라는 식으로 질문을 했다. 나는 적어도 내 부서 및 근처 부서에서는 정말 배울 점 많고 좋은 사람들이 많았어서, 이 점 그대로 대답했다. 그랬더니 "좋은 부서 걸렸나 보네"라는 식으로 또 비하했다. 그 질문을 꽤 오래 잡아 끌었고, 도를 넘을 정도로 깎아내렸다. 마치 어디서 쳐맞고(블로그에서 이런 험한 표현 써본 것도 5년동안 처음인듯) 엄한 데 화풀이 하는 사람 마냥.
면접이 끝난 후 면접비는 뭐 당연히 없었고, 자사 제품인 캔디를 한 봉지 주었다. 그냥 안 주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았긴 했지만.
나도 면접하다 도를 넘는 무례함에 빡쳐서 할 말 다 하며 받아쳤기에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고, 이틀 후 불합격 메일 통지가 왔다. 그래서 나도 저 4가지 사항에 대한 문제 제기를 담은 메일을 HR에게 회신했다. 불합격 통보조차도 안 주었던 모 대형 제약 계열사에게도, 1시간 면접 중 30분을 본인 직장 생활에 대한 불만 얘기만 하며 역시 피면접자 면박주기를 일삼던 그 체외 진단기기 중견 회사에게도 하지 않았었는데, 이건 진짜 선넘었다 싶었다.
중소와 좋소의 차이는 어쨌든 피고용자를 대하는 품위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그게 연봉이 됐든, 복지가 됐든, 인격적인 대우가 되었든. 심지어 본인 역시 피고용자이면서도 그를 망각하고, 면접 자리에서조차 질낮은 질문과 대우로 회사 미래 소비자 평판을 박살내다니. 무신사 면접 후기 가 일파만파 퍼진 사례를...뭐 그들은 알지도 못하겠지.
한국 사기업들이, 특히 제조업이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건 이미 알고 있지만, 그게 해외 한인 중소인 경우에는 한층 더 상상 초월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느낌이다. 역시 남은 워홀 기간동안 키위 회사든 농장이든 다니다 귀국해야겠다.
'뉴질랜드 워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뉴질랜드 워홀 퇴사기 : 한 달간의 피자공장 근무 후기 (0) | 2025.09.12 |
|---|---|
| 뉴질랜드 워홀 위기 : 교통사고로 차가 파손되다 (4) | 2025.08.31 |
| 뉴질랜드 워홀 성장기 : Pick-A-Part와 셀프 차 수리 (6) | 2025.08.27 |
| 뉴질랜드 워홀 정체기 : 인력 알선업체(Agency)와의 기싸움 (4) | 2025.08.12 |
| 뉴질랜드 워홀 생존기 : AA센터 긴급 호출로 차 배터리를 교체하다 (6) | 2025.07.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