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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쉬운 클래식

나의 첫 뉴에이지 입문곡-A winter story

by 피클북덕 2021. 2. 21.

2019년 12월, 클래식 라디오프로를 진행하는 모 아나운서를 덕질하던 시기였다.

 

그의 산뜻하고 조곤조곤한 말투가 힐링이 되어 재수 하반기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덧붙이자면, 재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재수를 시작하고, 끝난 이후의 과정까지가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생각보다 성적이 별로 오르지 않았던 건 둘째치고 그 점수에서 더 하향지원한 3지망 대학만 붙는 불행이 연달아 벌어졌다)

 

딱히 의지할 데도 없어서, 자아 의존을 덕질에 하게 되었다. 수능이 끝났는데 생방송을 듣기 위해 평일 내내 아침 7시에 칼같이 기상해 라디오를 녹음하며 들었다. 난생 처음 라디오에 엽서와 선물도 보냈다.

 

당시에 <보통의 아침>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소소한 일상의 요소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읽어주는 짤막한 코너였다.

 

어느 날, 보통의 아침이 끝나고 연달아 나오는 음악으로 이 곡이 흘렀다.

 

아나운서는 말했었다. 본인 고등학생 때 알람송이라 들을 때마다 울컥한다고. 나이 마흔인 지금이나 그 때나 일어나기 힘든건 여전하다나.(지금까지 이걸 기억하는 걸 보면 어지간히 덕질에 진심이었음)

 

그 말을 듣고 덕후의 마음으로 일단 메모장에 제목을 기록해 두었다.

 

그 때는 알지 못했다. 뉴에이지, 클래식 등의 비(非)가요 장르에는 별 관심이 없던 나에게 이 곡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당시에는 겨울에 어울리는 서정과 포근함을 지닌 피아노곡이라고 생각해 한 번씩 찾아 듣기만 했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보게 된, 이 곡이 삽입된 영화 <러브레터>가 인생영화로 등극하는 나비효과를 낳았으며, 뉴에이지, 영화음악 등의 세계에 입덕하는 계기가 되었다. 1년 여 전까지만 해도 책장에 가요/팝 앨범 몇 개만 덩그러니 있었지만 지금은 클래식/뉴에이지/월드뮤직 음반이 그 수를 압도하는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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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에는 이 곡이 러닝타임 내내 자주 반복해 등장한다. 

 

아예 크레딧이 올라가고선 이 노래밖에 안 떠오를 정도로 많이 나온다.

 

(女)이츠키가 (男)이츠키를 떠올릴 때나,  그 유명한 "오겡끼데스까!!!!!"를 외칠 때도 등장한다.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이라는 고유명사같은 수식어를 완벽하게 영화화하고, 겨울 특유의 아련한 정서를 잘 표현한 작품이기에 이 곡은 더욱 빛을 발한다.

 

영화에 삽입된 장면들을 배제하고 들어도, 이 곡만큼 내리는 눈을 맞으며 걷는 사람의 감정을 뒤흔드는 곡은 없다. 

 

한겨울에 버스를 탈 때 바라보는 차창의 배경음악이 되어도 참 좋다.

 

음악에 따른 기억은 주관적인 것이라지만, 선율에서 느끼는 정서 자체는 충분히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형용 불가한 기억, 감정의 복합체와 맞닥뜨리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2월을 열흘도 채 남겨놓지 않은 이 시점에서, 코시국의 정점과 한파로 점철됐던 이번 겨울을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있겠다.

 

youtu.be/4YlWxDD3-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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