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길

4년간의 숙원, Andre rieu의 Johan strauss orchestra 공연을 직관하다

피클북덕 2024. 1. 16. 01:35

https://ficlbook.tistory.com/25

클알못에게도 Ode to joy! 앙드레 류(Andre rieu)

클래식을 즐기는 수는 꽤 적다. 일단 내 기준으로 주변에 클래식 좋아하는 친구 1명밖에 못 봤다. 친구를 제외한 인맥까지 다 동원해도 왜 이리 적은지...연주회 티켓이라도 알아보려면 눈물이

ficlbook.tistory.com

▲3년 전쯤에 이런 글을 썼더랬다.

 
이런 변방의 블로그 글을 어떻게 찾아서 들어오는지 신기하기도 했고... 나름 이 블로그에서 효자 조회수를 기록하는 게시글 중 하나였다(물론 그래봤자 전체 조회수는 늘 소소하다).
 
그리고  나는, 스트레이트 졸업자가 되기로 결정한 후 유럽 졸업여행이란 걸 충동적으로 떠나게 되었고...(이미 취준에 찌듦)
 
대학교 입학할 때부터 주기적으로 찾아오던 감정적 파도를 잠재우는 '곁'이 되어 주었던 이 공연을 보러 가기로 결정한다.
 
아, 물론 출국 이후에 예매한 건 당연히 아니고, 일정을 계획하며 다 미리 예약을 해 두고 간 거다.
애초에 여행 일정 자체를 이 공연을 중심으로 잡았을 정도로 상당히 진심이었다.
 
내가 봤던 공연은 2024.01.06.일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Ziggo Dome에서 열리는 공연.
*참고로 네덜란드는 앙드레 류의 홈그라운드이다. 네덜란드 사람임.
 
당시 8월 초에 결제를 했었고, 12월 초 즈음에 다시 결제 Confirmation letter가 메일로 날아왔다. 

이 E-TICKET은 공연 후, 이 글을 작성하려 다시 다운하려 하니 안됐다.

 

A4 용지에 프린트한 E-TICKET

Ziggo Dome 입장 시 이 용지를 보여주거나 휴대폰에 있는 이미지/파일 등을 보여주면 된다. 암튼 QR만 찍을 수 있으면 됨.
 
다시 돌아와서, 이러한 사전 준비들을 마치고 숙소 쪽에서부터 Ziggo Dome까지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특이하게 목적지를 찍어 그 거리에 비례하는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닌, N시간 단위or하루이틀 단위의 결제 방식을 적용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3.4유로면... 한 5000원 좀 안될 듯하다. 흑흑 비싸다

지하철 타고 뚤레뚤레 가는 중
지하철 문 열리는 건 수동이다. 참고바람.

프랑스도 그렇고 진짜 처음에 기함했던 게... 유럽은 왜 이렇게 수동개방형 지하철이 많은 건가. 상당히 신기했다.
프랑스 파리 지하철은 지하철 자체도 낡은 게 많아서, 수동형(손잡이 잡고 당겨야 열림)도 많고,
네덜란드의 경우 그나마 버튼을 눌러 여는 방식이었다. 저 동그란 버튼을 누르면 초록색 빛이 나며 열린다.
 
가는 길은 못 찍었는데, 지하철 출구 나와서 직진 후 오른쪽으로 계속 가면 된다. 직진 후 첫 번째에 보이는 근거리에 있는 돔 아니니까 참고...
구글 맵 찍어서 가도 금방 찾을 수 있고, 사실 사람들 가는 쪽 쭉 따라가면 된다.

Ziggo Dome 정문에 도착했다.

 
사람 짱많은데 또 금방금방 체크인 해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이런 나무 토큰을 준다

역시 선진국 아니랄까봐 재활용 관련된 토큰을 하나 준다. 무엇인고 하니

이렇게 코카콜라 포토존도 있었고

칵테일과 진 등, 주류를 파는 바도 있었으며

맥주 바

빵과 커피류를 살 수 있는 코너도 있었다.

 
이 외에도 다는 못 찍었지만 팝콘&콜라 코너, 감자튀김 코너, 맥주 코너, 와인 등 상당히 다양했다. 저녁 안 먹고 와도 공연 보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온갖 끼니거리가 다 있었다.
 
나의 경우, 인터미션 전 공연 전반에 머핀+핫초코를 먹고, 인터미션 후 감자튀김+하이네켄 맥주 미들 사이즈를 구입해 먹으면서 봤다.
 
아 참, 자리의 경우 직원들이 각 Section마다 배치되어 있어, 물어보면 또 친절하게 알려준다. 나의 경우 2층이었는데, 좀 많이 헤매서 여러 직원에게 물어봐야 했다. 어찌어찌 입장은 함. 공연 시작 후에도 사람들이 조금씩 계속 왔다. 
와 근데.... 진짜 백인이 99%이다. 동양인은 나 밖에 못 봤다. 일단 내 구역은 다 백인이었고, 센터쪽 시트 봐도 다 백인뿐이라 놀랐다.

1차전. 머핀과 핫초코
두 번째 무대. 요즘 앙드레 류 공연에 합류하여 자주 출연하는 애기 가수.

짱예쁨 흑흑
 
근데 모르는 곡이라 그냥 조용히 머핀과 핫초코만 들이켰다. 클래식 덕후 N년차+뉴에이지 및 올드팝 덕후인데도 이번 공연에선 좀 모르는 곡이 많이 나왔다. 절반 가까이?
 
그래도 그 분위기가...너무 좋았다.

열창하는 소녀가수

 https://youtu.be/KdIhq1tb8Co?si=P9s7NcQGcvgUBLtc


노래 풀버전은 이 영상을 참고하면 될 듯 하다. 내가 공연을 볼 당시에도 2023년 공연의 곡과 같은 곡을 불렀으나, 무대에 집중하기 위해 영상을 찍어도 풀로 찍진 않았다. 그리고 구도나 화질도 오피셜 영상이 더 좋으니...

얼굴이 앳되보이는 걸 보니 한 중3~고등학생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데, 참 호소력있게 노래를 잘한다.

My heart will go on 무대

뒷 배경도 바다 물결 영상으로, 역시 핏이 잘 맞는 연출을 했다.

Nessun dorma 무대

보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무대이다.
저 3 Tenors는 앙드레 류 무대에 정말 자주 나오는 팀인데, 늘 이 무대를 하고 나는 늘 볼 때마다 운다...
직접 관람하니 감동이 오백배 더ㅠㅠㅠㅠ진짜 못잊을 듯하다.
https://youtu.be/l8IEE5xovow?si=5nn0ReHVniBpFomV

Nessun dorma 무대

 

아직 꽃피지 못한 스스로를 오리라고 생각해 자책했던 과거의 아픔, 그리고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룬 후 (자칭)백조 엇비슷하게 되어 졸업하는 지금의 상황과 그 사이의 지난한 시간들이 노래를 듣는 동안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냥... 개인적인 얘기다.

전반 공연 종료

디테일하게 뒷 배경이 커튼이 내려오는 영상이다.

소매치기 조심!

파리에 비해 암스테르담은 소매치기 위험이 조금 덜한 편인데도, 저런 문구가 곳곳에 있었다. 
하기사, 한국같은 나라 아니면 소매치기 조심은 늘 해야 한다.
예전에 프랑스로 가족여행 갔었을 때, 가족 중 한 명이 쇼핑몰 내 카페 테이블에 잠깐 휴대폰을 두고 왔다가 몇 분 후에 자각하고 다시 찾으러 갔는데, 이미 휴대폰을 누가 가져간 후였다.

2차전을 위해 감자튀김을 샀다.

케첩과 마요네즈 소스 중 고를 수 있다. 양 진짜 생각보다 많음..
네덜란드가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그림 등, 감자가 많이 나서 관련 음식도 이쪽으로 발달한 모양이다.

Ziggo Dome 로고와, 그 주변 스탠드바에서 각자 사 온 음식을 먹는 사람들

클럽같은 은은한 보라색 조명이 인상적이다.

하이네켄 미들사이즈 컵 하나 추가요

처음에 바에서 머핀과 핫초코를 사며, 옆에 있던 할아버지에게 물어봤었다.
 

"음식 반입해도 돼요?"
"물론이지."

 

"아 그래요? 진짜 몰랐어서요.."
"ㅇㅇ 반입해도 돼(웃음)"
 

앙드레 류 공연 영상을 많이 봤고 사람들이 먹을 걸 하나씩 들고 있는 것도 알긴 알았는데, 보통 그런 건 야외 공연 영상이었어서 실내 공연도 해당되는 진 몰랐다. 어쨌든 친절한 네덜란드인들에게 고마웠다.
 
저 핫초코는 들고 착석하자마자 살짝 엎질렀는데, 옆에 앉은 네덜란드 여자아이가 티슈 필요하냐고 주기까지 했다.
 

체감상...파리보다 네덜란드인의 친절이 더 많이 느껴짐. 물론 본인 여행 한정이다.

류 할아버지 안녕!

이번 여행때 이 공연 보러 간다고 하니까
부모님 왈 : 어디 류씨인지 물어보고 와라ㅋㅋㅋㅋ
 
참고로 부모님도 앙드레 류 공연 영상을 좋아하신다.

왈츠 음악에 맞게 춤을 추는 단체 무용수들

 
무용수들 중 휠체어를 탄 사람들도 있어서 너무...감동...
앙드레 류의 공연 감동 포인트 중 하나는 이렇듯 신체적 조건/성별/인종에 관계없이 하나되는 무대를 연출한다는 점이다. 물론 네덜란드 인종 비율 상 백인의 비율이 압도적인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노래 주제에 맞게 다인종으로 정말 연출을 잘 한다. 이건 무대 영상 조금만 찾아보면 앎.

휠체어를 탄 무용수

일반 관객들도 일어나서 자유롭게 춤을 추었다. 정말 너무 감동...
한국에선 사실 거의 못 보는 광경이다. 

뒤에 궁전을 배경으로 촬영한 왈츠 댄스 영상이 나온다

아...이 때 왈츠 곡은 오피셜 영상에도 안 올라온 것 같은데... 아무튼 요한 슈트라우스 풍 나는 왕실 왈츠 쪽 하나였다.
잔잔하면서도 팡팡하고(?) 좋았다. 역시 앙드레 류는 왈츠 본업이 맞다.

갑분소

갑자기 소가 등장해 빨간 옷 입은 관객(아마 연출된 상황일듯)을 공격하고, 그 관객이 도망치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리고 투우 관련 음악이 연주되었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풍선들

이 풍선들을 보고 들었던 어구가 생각났다.

인생은 축제다.
즐겁지 않은 것은 죄이다.


 

공연 말미로 가면, 이렇게 단원들이 술을 먹는다.

잔을 잡기 위해 손을 뻗는 단원
일부러 코믹한 표정을 짓는다.
드디어 쟁취

이렇듯 앙드레 류의 공연은 관객만 즐거우며 단원들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닌, 관객과 단원 모두가 축제를 즐기는 2시간으로 구성된다.
활짝 웃고 즐겁게 춤추면서 연주를 하는 단원들. 보기만 해도 얼마나 행복한가.

I will survive 무대

우리나라에는 '난 괜찮아'로 번안된 곡의 무대를 펼치고 있다.
I will survive.
https://youtu.be/Y6rbE4Z7P_s?si=nlhNzcMsBGYplGqu

I will survive 동영상

 
이 역시 내가 갔던 당일 공연은 아니지만, 어쨌든 뒷 영상이나 무대 구성은 똑같으니 이걸 참고하길.
Dorona Alberti라는 가수 역시 동일했다.

무대에 출연했던 테너들과 소프라노들이 총출동해 합동 무대를 펼치고 있다

 

공연이 완전히 끝났다.

한 2시간~2시간 반 쯤 한 듯하다. 

공연이 끝난 후, 코트룸

공연 문화가 잘 되어있다고 느낀 점 중 또 다른 하나는, 락커룸(물론 돈 내야함. 2유로인가 5유로인가)은 물론, 이렇게 코트 보관소까지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락커룸의 경우 어느 박물관을 가든 다 있어서... 참 소소한 것에서 선진국임을 느낄 때가 많다.
1년도 채 되기 전에 이미 말레이시아를 경험하고 와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한국을 비롯하여 국가의 발전 수준에 대한 이런저런 비교를 할 때가 많다.

아, 말레이시아 비하는 아니다. 다만 서비스 퀄리티를 비롯한/무례함의 정도/근면성이나 정시개념 등등에서 꽤 많은 충격을 경험했던 건 사실이기에.

이런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통째로 온다

앙드레 류 공연 사이트에서도 투어 패키지를 판다. 호텔과 레스토랑까지 포함한 패키지인데, 좀 편하게 공연 위주로 관광을 하고 싶으면 이러한 방법도 괜찮을 듯하다. 다만 영어를 잘해야 할 듯하다. 한국 관광사 패키지가 아니라, 가이드 및 기사와 소통을 영어로 해야 하니.

앙드레 류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 공식 홈페이지의 투어 예약 이미지

https://www.andrerieu.com/en/travel/maastricht

André Rieu

www.andrerieu.com

▲관심이 있는 독자는 위 링크를 클릭하면 저 투어 관련 페이지가 뜰 것이다.

Ziggo Dome 가장 가까이 있는 지하철역은 Strandvilet이다.

화살표 따라가면 지하철 역이 나온다. Ziggo Dome과 한 500m쯤 떨어져 있는듯.
늘 그렇듯이 그냥 사람들 따라가면 된다.

다리 건너 쭉쭉 지하철역까지 가면 끝

 
이렇게 추억의 또 한 켠이 아련하게 남았다. 
외적으로도 스스로를 과하게 지지고 볶으며 성과를 내느라 힘들어하고, 내적으로도 아파하고 깨지며 성장했던 대학 시절을 마감하는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 같았던 앙드레 류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의 공연. 내 청춘의 한 책갈피에는 그의 오렌지빛 역시 완연히 물들어 있었다.
그의 홈그라운드에서 이 공연을 볼 수 있어 더 뜻깊었다. 그만큼 그 나라 맞춤형 공연이 아닌(ex : 뉴욕 공연에선 My way 바이올린 연주를 한다던지, 이탈리아에선 O sole mio 테너 공연을 한 다던지 하는) 오리지널릭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살면서 앞으로 그의 공연을 한 번쯤 더 가보고 싶다.
국내에서의 인지도 문제(사실 이 오케스트라는 유명한데 그냥 한국 내에서의 클래식/뉴에이지 인기가 그렇게 높지 않으니..)로 또 관람을 위해서는 외국을 나가야 할 듯하지만. 아무튼.

70대의 나이에도 열심히 활동해주시는 앙드레 류에게 무한한 감사함과 존경, 애정을 표하며 이 포스트를 마무리한다.
* 영상을 많이 찍었으나, 티스토리 정책상 20MB 이상의 파일은 업로드가 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촬영한 건 올릴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