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쉬운 클래식

조용한 손길이 더 따뜻하다 - 잘 알려지지 않은 위로의 클래식

피클북덕 2022. 8. 31. 14:19

가사 없는 음악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로 요구되는 이 사회에서는 귀를 닫고 있기 어렵기 때문일까.
생각해보면 귀는 오감 중 일상 속에서 가장 원치 않는 자극을 많이 받는 부위이다.

사회 속 개인은 늘 원치 않는 소음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포인트가 클래식 입문자에게 열린 또다른 문일 수도 있다.
가사로, 창법으로 창작자의 의도를 전달하는 대중가요와 가장 상반되는 음악이 클래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음에 지친 클래식 입문자가 입문하기 좋은 무가사 클래식 3곡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곡 길이도 다 짧다(2분~3분)
왜 이 기준으로 선정했냐면 '#위로의 클래식'이라고 치면 나오는 곡들은 정말 많기 때문이다. 이들과 조금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 '다 잘 될거야'와 같은 식상한 위로의 말보다 '괜찮아. 일단은 조금만 쉬었다가 다시 돌아오렴'과 같은 다소 무심한 위로가 오히려 더 힘이 되는 것처럼.
참고로 이 셋은 대중적인 인지도는 떨어진다. 인지도가 높은 쇼팽 녹턴 2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 드뷔시의 달빛 등은 화려하고 달콤한 위로라면, 이건 쌉쌀하지만 아늑한 위로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1. John Garth - 첼로 협주곡 2번 B플랫 장조 2악장

John Garth는 18C-19C에 활동했던 영국 작곡가이다. 모차르트와 동시기를 살았던 작곡가임에도 이 곡은 고음악풍이 많이 난다. 특히 차가운 트라이앵글 소리는 고음악의 특징 중 하나이다.
Garth의 첼로 협주곡 4번 2악장도 좋다. 쌀쌀한 가을날과 잘 어울릴만한 고음악의 향연에 빠지고 싶다면 추천한다.

2. Sphor - 클라리넷 협주곡 1번 C단조 2악장

Sphor는 19C에 활동했던 독일 작곡가로서, 오페라 음악에 큰 공헌을 하였다고 한다. 상기 사진에 있는 사람은 아니다. (저 사람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클라리네티스트 안드레아스 오텐잠머)
보통 힐링 클라리넷 협주곡 하면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 곡의 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클라리넷 협주곡이 될 것이다.

3. Bizet - Chants du Rhin(라인강의 노래) : 5번 Les confidences(비밀)

Bizet는 오페라 <카르멘>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이다. 19C를 살았고, 살아 생전엔 <카르멘>조차 빛을 보지 못한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현재 카르멘은 투란도트, 마술피리와 같은 유명한 오페라들을 나열할 때 빠질 수 없는 작품이다)
이렇게 극음악으로만 유명한 비제의 피아노 작품집이 있다. 바로 상기 소제목에 있는 <라인강의 노래>이다.
이 라인강의 노래에는 크게 6가지 곡이 수록되어 있다.
1. L'Aurore(새벽)
2. Le Départ(출발)
3. Les Rêves(꿈)
4. La Bohémienne(집시)
5. Les Confidences(비밀)
6. Le Retour(귀환)

이 중 차분하게 힐링하며 들을 수 있는 곡은 1번 새벽, 3번 꿈, 5번 비밀이다. 나머지는 템포가 다소 빠르고 기교가 있어 마음을 다스리고 싶을 때엔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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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3가지 곡을 간단하게 추려 정리해 보았다. 조성진, 임윤찬의 활약으로 클래식의 대중화가 조금씩이나마 진행되고 있는 듯 해 뿌듯한 요즘이다. 가요에서는 느끼기 다소 힘든 풍성한 감동을 많은 사람들이 맛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