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2014)
"저희가 바라는 건 큰 게 아니에요. 저희를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거에요."
'낙숫물이 바위를 뚫을 수 있을까?'
인간의 재화 분배 문제의 해결 방안(이라고 여겨지는) 자본주의사회 내에는,
돈이 인간의 우위가 된 지 오래.
더 많은 자본을 가진 사람/단체 밑에서 일하는 개미들은 부당한 일이 있어도 목소리 내기조차 힘들다.
이러한 현실은 특히 경력 단절 여성에게 더 가혹하다.
아이를 유산하면서까지 일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해고.(정규직이라는 게 함정)
그리고 늘 따라다니는 '아줌마'라는 모멸 섞인 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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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줌마라는 호칭을 다시 곱씹어보면 참 씁쓸한 사회적 인식이 내재돼있다.
단순히 어리지 않은 여성을 넘어 여성성을 상실한, 껍데기뿐인 여성. 억세고 순종적이지 않은 여성.
우리 사회가 씌우는 '여성'이라는 프레임의 폭이 어디까지인지 너무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단어이다.
영화 내에서 마트 여성 조합원들을 조롱하는 말들에 늘 붙박이처럼 붙어있다.
더 면밀히 살펴보면 페미니즘과도 충분히 연결지을 수 있을 정도로, 적나라한 현실을 반영한다(임신한 여성을 대하는 지도부 사원 중 한 명의 전(ex) 회사 태도만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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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권력의 압제 패턴은 유사하다.
무통보 강제집행-반항하면 지도부 혹은 중요한 몇몇만 회유해 와해 시도-폭력도 감행하는 물리적 폭압.
결국 안타깝게도 지도부를 제외한 조합원들만 복직하는 조건으로 협상이 됐다고 했다.
그보다 더 시간이 지난 비교적 최근 기사에는 다행히도 전원 복직/복권에 성공했다고 한다.
장시간에 걸쳐 어떻게든 낙숫물이 바위를 관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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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비교도 됐다.
이 영화 상에서 파업을 시작하는 계산원들에게 한 고객이 말한다.
이렇게 불편을 줘야되겠냐고. 갈등이 있으면 회사와 본인들끼리 해결할 일이지.
프랑스에서는 파업을 해도 그들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분위기이며, 비교적 느긋하다고 한다.
그들도 사정이 있겠거니 하는 존중의 마인드. 그런 것이 우리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정직원이었던 지도부장의 '내 일이어야 움직이게 되잖아요' 식의 마인드 말고, 약자의 목소리를 최대한 존중하는 마음가짐. 그런 게 자본주의의 유지 기반이자 공생의 충분조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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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생활비 벌러 나와요. 반찬 값 아니고.
억울해서, 억울해서 그랬어.
저희가 바라는 건 큰 게 아니에요. 저희를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