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가 그리는 하향곡선과 지망생의 고민
"요즘 누가 라디오를 들어?"
라디오 피디 지망생으로서 참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라디오에서 신곡이 흘러야 유행가였던 시절을 뛰어넘고,
유튜브가 점령한 시대를 또 한 번 넘어 이제는 다시 오디오북이 떠오르고,
오디오중심 플랫폼인 클럽하우스가 대세이다.
그럼에도 라디오는 아웃 오브 안중이다.
운전할 때나, 택시탈 때나 귀 기울이는...일명 토막형 청취가 특징인 미디어로 전락해버렸다. TV도 요즘 휴대폰을 하며 시청하는, 서브 미디어가 되어가는데 라디오는 오죽할까. DJ들조차도 배경음악을 자처한다. 그만큼 라디오에'만' 집중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집콕하면서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는 사연을 종종 듣긴 한다. 하지만 소수에 가깝다. 이 시국에도 유입이 적단 소리다.(오래 들었던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사연을 보내진 않는 청취층을 감안해서도 그정도....)
결국 고일 대로 고인 물이 뭉치고 (개편에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아) 다시 나뉘고를 반복하며 청취율이라는 가시적 지표가 만들어진다.
조그만 파이를 이렇게 저렇게, 청취율 조사 분기별로 조금씩 비율만 달리해 나눠 먹는 현실이라니.
그 파이를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 정착하는 채널 없이 주파수를 돌리는 유동 청취층을 잡기 위해 새로운 선곡보다는 기존의 지난 유행가가 선곡표를 채운다. 전체적으로 라디오의 주 타겟층은 기성세대이기 때문에 그들의 취향에 맞춘 선곡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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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 중에서 라디오 피디 되기는 더더욱 바늘구멍이라는 말이 언론고시 카페에는 이미 정설이다.
심지어 작년 가을개편 때, 가장 라디오 채널이 많고 타겟층도 다양한(Cool FM으로 젊은층, 2라디오로 중장년층, 심지어는 한민족방송으로 새터민이나 재한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외국어로 진행하는 World 채널도 운영) KBS조차도 오전 5시, 11시에 Cool+2라디오로 같은 프로그램을 통합해 송출한다. Cool FM 프로그램을 2라디오에도 똑같이 송출해 방송사 차원에서 라디오에 들이는 인력이나 비용을 점점 줄여가는 것이다.
내가 본격적인 언시 준비를 할 때 즈음이면 도전할 자리가 남아 있을까.
한 젊은 라피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 마지막으로 라디오 PD를 꿈꾸는 취직준비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라디오 PD 준비가 정말 가시밭길이에요. 많이 뽑지도 않고 미래도 불투명하니까요. 직업보다는 가치관에 중심을 두는 게 어떨까 싶어요. 실현하고 싶은 것들 중 하나가 라디오 PD라는 느낌으로요. 그러면 안 되더라도 가치관에 맞는 다른 일이 나타날 수도 있고, ‘이거 아니면 안 돼’ 하는 마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첫 문장부터 공감이 간다. 언시 카페에서조차 그렇게 많은 정보를 얻지 못하는 라디오분야. 된다 해도 쇠락하는 방송 매체를 어떻게든 재부흥, 혹은 유지라도 시켜보려고 아등바등 해야할 게 뻔한 미래(그럼에도 이 일이 하고싶지만).
유튜브의 시각적 자극에 지쳐가는 트렌드가 조금씩 보인다.
그러한 수요가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는 시점과, 라디오를 재부흥 시키려는 기존 제작자들의 노력이 잘 맞아 떨어진다면 라디오의 미래는 그래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스스로에 대한 위로처럼 예측해본다.